일터에서의 洗足(세족)
이전에 보길도 여행을 하면서 고산 윤선도가 지은 洗然亭(세연정)을 둘러본 적이 있다. 자연과 벗하여 지내며 걸맞게 이름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세연이란 “주변 경관이 물에 씻은 듯 깨끗하고 단정하여 기분이 상쾌해 지는 곳”이란 뜻을 가지고 있어 세족식을 생각할 때마다 연관되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자고로 예수님을 따르는 자가 겸손의 섬김으로써 우리 주변 사람들의 기분을 상괘해 지도록 한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세연정을 세우게 될 것이다.
나의 일터인 경북작은자의 집(작은자재가 노인복지센터)에서 해마다 1월 1일 신년이 되면 신년감사예배를 드린다. 그리고 이어서 시설의 모든 어르신들에게 세족식을 거행한다. 어르신들에게 세수 대야에 따뜻한 물을 담아 씻기고 축복하며 닦아 드린다. 어떤 어르신은 영문을 모르고 발을 닦아 주는가 생각하며 고마워하신다.
의미를 아시는 어르신은 고마워하며 감사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어르신들이 섬김이들을 축복하기도 한다. 섬김이들이 어르신들을 한 해 동안 잘 섬기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서로 발을 씻어 주지는 못했지만 <서로>라고 하신 말씀이 실천되는 현장이 아닌가 생각하여 본다.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 (요한복음 13장 14절-15절)
어느 날 목욕을 하실 때에 연로하신 어르신이 말씀하신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셨는데, 목사님은 발뿐만 아니라 목욕까지 해주니 고맙습니다. 삶이라고 하는 현장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생각하고 섬김을 받는 순간에 적용하는 위트가 돋보인다. 이는 말씀이 살아있고 생명이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일터의 영성이 아닐까 생각하여 본다.
성경에서는 베드로가 영문을 모른 채 발 씻김을 거부하였지만 의미를 알고서는 발뿐만 아니라 몸 전체를 씻겨 달라고 하였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이미 목욕한 자는 발밖에 씻을 필요가 없느니라 온 몸이 깨끗하니라”(요한복음 13장 10절)
세월이 흘러 베드로 사도가 장로가 된 입장에서 장로들에게 권면하는 말씀(베드로전서 5장1절-4절)이 나오고 젊은 자들에게 권면하는 말씀이 나온다.
“너희 중 장로들에게 권하노니 나는 함께 장로 된 자요 그리스도의 고난의 증인이요 나타날 영광에 참여할 자니라, 너희 중에 있는 하나님의 양 무리를 치되 억지로 하지 말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자원함으로 하며 더러운 이득을 위하여 하지 말고 기꺼이 하며, 맡은 자들에게 주장하는 자세를 하지 말고 양 무리의 본이 되라, 그리하면 목자장이 나타나실 때에 시들지 아니하는 영광의 관을 얻으리라”(베드로전서 5장1절-4절)
“젊은 자들아 이와 같이 장로들에게 순종하고 다 서로 겸손으로 허리를 동이라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대적하시되 겸손한 자들에게는 은혜를 주시느니라.”(베드로전서 5장 5절)
젊은 날에 주님이 보여주신 섬김의 본을 연상케 한다. “저녁 잡수시던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시고 이에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씻으시고 그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를 시작하여”(요한복음 13장4절-5절)
실제로 발을 씻는 것을 통하여 시원함을 느끼겠지만 예수님이 의도하신 핵심은 겸손과 섬김의 본을 보이시고 예수님을 따르는 자라면 삶의 현장에서 겸손으로 섬김의 리더쉽을 발휘하라고 하는 것일 것이다. 그리하여 서로에게 시원함을 느끼게 하여 청량감이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라는 것이다. 부부나 가정에서 친구관계나 일터에서 섬김이 실천된다면 행복한 가정 아름다운 사회가 되리라. 내가 섬기는 사랑샘 사역의 모토이기도 하다. 섬김을 실천한 자가 하나님의 은혜를 입는 것은 보너스가 되리라!
“나 이제 새 생명 얻은 몸 . . . 날마다 섬기며 주함께 살리라!”(찬송가 436장) ♩♪♪♪♪ 아멘!
글쓴이 이현봉 목사 / 사랑샘침례교회 전도목사, 경북작은자의집 재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