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들어가는 나!
누구에게나 인생의 전환점이 있다. 나에게는 25년 전 중독을 알게 한 비행청소년을 인하여, 중독에 관한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엄청 자극적이었다. 재미있는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으니, 공부중독에 걸려 버렸다.
중독은 마냥 즐거움을 주는 단계에서 시간을 흥미롭게 보내거나, 본인의 의지력이 부족해서 오는 병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중독은 질병인 것이다. 공부도 질병인데 공부하다 죽은 사람은 없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중독은 주변의 모든 것을 태우고, 잿더미만 남기는 산불과도 같았어요. 간단한 감기약으로 시작했을 뿐인데 그 끝은 술과 헤로인이었거든요”(척네그론의 더 심하게 추락하는 이들. 유명인들이 들려주는 중독과 회복이야기 중에서)
얼마 전 출소한 A군이 보호관찰소에 보고하러 갔다가 소변검사를 통해 톨루엔이 검출되었다. 톨루엔은 유해약물로 분류되어 있으며, 리스나 본드, 페인트 성분에 들어있어 환각증상을 일으킨다. 보호관찰소를 통해 경찰서까지 가서 진술하고 결과에 따라 구속될 수도 있다고 한다.
A군은 출소 후 공사장일용직으로 노동일을 하며 한 달 이상을 다녔으며, 그곳에서 하루 10시간 꼬박 페인트칠하는 작업을 하였다. 당연히 국과수에서의 소변검사결과는 양성이 나왔고, A군은 느닷없이 경찰조사와 함께 구속위기에 있다. 그러나 요즘 경찰 들은 다각적으로 판단을 하는 것 같다.
국과수의 판결은 그러하더라도 정황상 페인트칠 하는 과정에서 몸 안으로 흡입 될 수 있는 톨루엔성분이 인체에 얼마동안 남아 소변으로 검출 될 수 있는지, 사용한 페인트에 톨루엔이 들어가 있는지를 조사해서 그 결과에 따라 상황을 다시 보겠다는 것이다.
A군이 고아로 살아온 시간과 약물로 중독자의 생활을 하면서 20년을 생활해 왔지만 처음으로 본인을 위해 회복해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경찰의 눈에 보였던 것이다. 과거에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무조건 구속이 우선이었다.
A군은 출소한지 4달이 되었다. 그동안 공사장과 오토바이 배달 일을 하면서 자립을 시작하였다. 지역사회의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의, 식, 주를 해결하게 되었고, 3개월 후면 작은 아파트로 입주하게 된다. 본인이 중독자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무조건 자립을 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다리품을 팔지 않으면 누가 찾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 가야한다.
그래야 사회에 대한 현실감도 알고, 재활 또는 자활이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란 것을 알게 된다. 중독자의 재활은 팀의 구성으로 도와주는 것도 중요지만 A군처럼 본인이 자립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힘들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청년 A군은 오늘도 장맛비가 오는 거리로 배달 일을 하면서 오토바이를 운전 해 간다.“선생님, 나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해 본적이 없었어요, 정말 행복해요. 건강해 지고 통장에 돈이 쌓여서 아파트로 이사 할 수 있어요.”
일선에서 중독자들을 만나는 사람으로 참 아쉬움이 많다. 왜 팀으로 구성되어 한명의 중독자가 회복과 자활을 할 수 있도록 기관에서 함께 하지 않는지.....그들에게는 충분한 지지와 관심, 그리고 조금의 복지적인 도움이 있다면 중독이 아무리 심하더라도 회복하기에는 늦은 때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글쓴이/ 김지영 박사,사랑샘공동체 전문위원,중독재활복지/약물중독 상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