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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샘생활관 회복자 가족 칼럼-아버지의 해방(소천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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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랑샘공동체 조회 15회 작성일 20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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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샘생활관 회복자 가족칼럼 아버지의 해방(소천하셨습니다)


2026518일 대구 허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서 눈을 감은 아버지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해 보였다. 아무런 걱정도, 욕심도, 원망도 없는 얼굴이 꼭 갓 태어난 아기가 자는 모습 같았다. 그 아기는 어떤 악의도 없는 순수함 그 자체였다. 할머니는 이렇게 예쁜 아기를 낳고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아버지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아버지, 제가 왔어요.” 그 순간 아버지 대신 고모가 대답했다. “일섭아, 아버지 새벽 두 시에 돌아가셨다. 네가 운전 중이라 알리지 않았어.” 내 마음은 무너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버지를 향한 내 마음의 응어리들이 한 순간에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바로 어제 느꼈던 그 후련한 감정과 유사해 소름이 돋았다. 어제 새벽 나는 샤워를 하다 느닷없이 이제 글쓰기는 그만 해야지. 과거에서 벗어나 약국일에 집중하자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동시에 내 몸은 가벼워지고 내 마음은 상쾌해졌다. 전혀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었는데, 왜 내게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누군가 내 마음에 들어와 무거운 돌덩이를 들고 빠져나간 것 같았다.


그 다짐은 어쩌면 아버지가 내게 말하고 싶었던 마지막 유언이 아니었을까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들이 아버지그늘을 핑계대면서 힘들다고 징징대고 게으름을 피우는 게 답답했나보다. 솔직히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사실이었으니까. 나는 아플 때마다 아버지 뒤로 숨었다. 나의 무기력과 불행을 모두 아버지라는 거울에 투영하며 탓하곤 했다.


아버지에게 죄송했다. 특히 아버지의 수의와 관을 계약할 때 스스로를 향한 분노와 원망이 솟구쳤다. 왜냐하면 나는 아버지 생전에 이렇게 비싼 옷과 신발을 사드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불효자다. 아버지에게 못 해드린 것만 생각났다. 그제서야 어른들이 하던 말씀이 이해되었다. 죽은 다음에는 그 무엇도 소용 없으니 살아있을 때 잘 하라는 말. 죽기 전에 최대한 자주 찾아가라는 말. 안 그러면 후회한다는 그 말.


아버지를 모시고 경치 좋은 바닷가로 떠나고 싶었다. 아버지와 함께 시작도 끝도 없는 파도를 바라보고 싶었다. 아버지와 대화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주말에 만나 같이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었다. 마음의 상처, 육신의 질병, 체면이나 사회적 지위로부터 자유로운 아버지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었다.


언젠가 나는 아버지의 해방을 볼 수 있을거라 믿었다. 내가 이런저런 도움만 주면 해결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살이는 생각보다 더 잔인했고, 불안한 예감은 반드시 현실로 나타났다. 그것은 아버지가 못나거나 나빠서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이 세상에 사랑이 부족해서, 우리의 사랑이 부족해서, 그리고 아버지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단 한 명의 친구, 진정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고 이끌어주는 단 한 명의 지혜로운 어른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는 아니지만, 아버지는 마침내 해방을 맞이했다. 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하고, 아버지를 사랑하는 가족, 친척, 친구가 모여 그 해방을 축하해주었다. 아무리 아름다운 산과 바다라고 해도 아버지가 가신 하늘나라에는 비할 데가 아니었다. 아버지가 온다는 소식이 들리자 하늘에서는 잔치가 열렸다.


하늘나라 입구에 선 아버지의 양쪽 눈에서 기쁨의 눈물이 한 방울씩 흘러내렸다. 그것은 아버지의 마지막 눈물이었다. 하늘나라에서는 더 이상 슬픔도 눈물도 고통도 없을 것이다. 나는 아버지가 이제 더 이상 아플 일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어서 너무 좋았다. 아버지 덕분에 이땅에서도 기쁨과 화합의 작은 기적이 찾아왔다. 모두 아무런 걱정도 욕심도 원망도 없이 배부르고 행복한 표정이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하나님의 위로와 평강이 유가족 위에 넘치시기를 축복합니다.힘내세요!!' 강성기 목사


'강성기 목사님 넘 감사해요. 목사님께서 도와주시고 함께해주셔서 아버지를 포기하지 않고 모실 수 있었어요. 마지막 여정까지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일섭 약사

 

글쓴이 / 박일섭 약사, 2026522일 박일섭의 페이스북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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